한국어와 중국어에는 같은 한자로 적을 수 있는 단어가 많다. 그래서 문서를 보면 익숙해 보이지만 ‘애인(愛人)’, ‘단위(單位)’, ‘검토(檢討)’처럼 현대적 의미와 어감이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같은 글자는 번역의 지름길이면서 가장 그럴듯한 오역의 원인이기도 하다.

01

단어의 사전뜻보다 누가 어디서 쓰는지가 다르다

중국어 ‘爱人’은 배우자를 뜻하는 전통적 용법이 있고 한국어 ‘애인’은 연애 상대를 가리킨다. 중국어 ‘单位’는 직장·기관을 넓게 뜻하지만 한국어 ‘단위’는 측정·구성의 기준으로 주로 쓰인다.

한자음만 옮기면 문장 형태는 자연스러워 보여 오류를 발견하기 어렵다. 실제 예문, 문서 종류와 말하는 사람의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02

제도어는 비슷한 번역보다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사업단위(事业单位), 호적(户籍), 사회보험 같은 말은 한자 대응어가 있어도 양국 제도가 다르다. 한국의 공공기관·주민등록·4대보험과 곧바로 등치하면 권리와 조직 성격을 오해한다.

첫 등장에서는 원문·병음이나 한자와 간단한 제도 설명을 붙이고, 이후 문맥에 맞는 한국어를 써야 한다. 음역과 한자음은 독자의 이해를 돕는 보조수단이지 번역의 결론이 아니다.

03

인터넷 유행어는 속도보다 출처와 태도를 번역한다

탕핑·네이쥐안 같은 유행어는 특정 시기의 청년 담론에서 나왔지만 한국 기사에서 중국인 전체의 심리로 확대되기 쉽다. 반어·밈과 검열 회피의 맥락은 직역으로 사라진다.

유행어를 소개할 때 사용 시기와 집단, 반대되는 목소리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당사자가 스스로 쓰는 말과 외부가 붙인 표지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