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 바이오를 ‘중국의 바이오 클러스터’라고만 부르면 무엇이 모여 있고 어디에서 병목이 생기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 도시권에는 혁신 신약 기업과 진단·의료기기 기업, 다국적 제약사의 생산·연구 거점, 병원·대학, 전문 장비와 시약 기업이 함께 있다. 바이오는 논문이나 투자유치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시험 생산과 임상, 허가·조달, 품질관리와 대량제조가 모두 연결돼야 한다.

01

발견 다음에는 검증할 장소가 필요하다

항체·세포·유전자 치료와 진단기기 같은 분야에서는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연구실과, 후보물질을 반복 생산해 안전성과 품질을 확인하는 중간 단계가 다르다. 쑤저우의 정책도 기업·대학·연구기관이 만드는 공동 연구, 중간시험 플랫폼과 제조혁신센터를 함께 강조한다.

따라서 입주 기업 수나 투자 규모만으로 생태계를 평가하기보다 어떤 공정·분석·생산 장비를 공동으로 쓰는지, 임상과 허가 준비를 얼마나 빨리 연결하는지를 봐야 한다. 장비와 원부자재, 숙련 인력의 일부가 외부 공급망에 묶여 있다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

02

규제와 병원은 뒤늦은 절차가 아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성능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 나갈 수 없다. 임상시험 설계, 등록·허가, 추적과 안전성 관리, 병원의 실제 사용 환경이 개발 초반부터 반영돼야 한다.

장쑤 약품감독관리국이 기업을 직접 찾아 등록·신청 과정의 문제를 듣는 이유도 이 과정이 산업의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규제 지원은 절차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기준을 지키면서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어야 한다.

03

AI가 후보를 고른다고 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AI는 표적 탐색, 분자 설계와 임상시험 설계에 쓰일 수 있다. 다만 계산 결과는 실험·독성 평가·임상과 대량생산에서 다시 검증돼야 한다. 그래서 바이오에서 AI 도입은 모델의 화려함보다 데이터 품질과 실험 재현성, 책임소재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한국 기업은 쑤저우를 단순 판매시장으로 보기보다 공동개발, 진단·의료기기 제조, 임상과 품질관리 등 자신이 강한 단계에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지식재산권, 데이터 접근, 등록 책임과 생산 품질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